운동선수나 그 부모, 지도자라면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부상은 몸 관리를 잘못해서 생기는 거지, 정신건강과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최근 스포츠의학계에서는 이 순서를 거꾸로도 봐야 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2024년 Sports Health지(3~4월호)에 실린 Rogers 등의 리뷰 논문은 “부상이 선수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잘 알려진 사실뿐 아니라, 그보다 덜 알려진 반대 방향의 근거, 즉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선수일수록 부상 위험 자체가 높아지고, 부상 후 회복도 더 나쁘다는 연구들을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몸과 마음은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번지는 악순환 구조로 얽혀 있다.
이 리뷰가 다룬 것 : 근거 수준과 방법
이 논문은 PubMed에서 관련 동료심사 연구를 검색해 종합한 임상 리뷰(Clinical Review)다. 저자들은 이 논문의 근거 수준을 스스로 Level 5(전문가 의견·서술적 문헌고찰 수준)로 명시했다. 즉, 이 리뷰 자체가 새로운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발표된 개별 연구 수십 편의 결과를 모아 정리한 글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인용된 개별 연구들은 저마다 설계와 표본 크기, 종목, 연령대가 다르다.
왜 지금 이 주제가 중요한가 : 유병률과 배경
-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2006년 보고서: 우울 척도(CES-D)로 측정 시 선수의 21%가 우울 증상을 보였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 독일 여자 프로축구 리그 조사: 부상당한 선수의 약 40%가 재임 기간 중 정신과적 지원을 원했고, 이들의 평균 우울 점수는 유의하게 높았지만 실제 정신과 개입을 받은 비율은 10%뿐이었다.
- 미국 CDC 자료(고등학생 전체 대상): 우울 증상을 보이는 학생 비율이 2009년 26%에서 2019년 36%로 늘었다. 정신건강 문제의 평균 발병 연령이 11~14세라는 점에서, 학생 선수 중 상당수가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 NCAA 9년간(2015년 분석) 자료: 학생 선수 자살률은 연간 10만 명당 약 1명으로, 동일 연령대 일반 대학생(10만 명당 7.5명)보다 낮았다. 다만 남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식축구 선수, 디비전1 선수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높은 하위 그룹으로 나타났다.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NCAA 선수의 수면 문제·우울감 등 정신건강 증상 보고율이 기존보다 150~250% 높았다.
여성 선수의 경우 우울 증상, 생활 스트레스, 섭식장애 유병률이 남성 선수보다 높게 보고된 연구들이 있었다. 다만 시즌 전 불안과 이후 부상 위험 사이의 연관성 자체는 성별과 무관하게 나타난 연구도 있어, 유병률의 성차와 위험-부상 관계의 성차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핵심 결과 1. 정신건강 문제가 부상 위험을 높인다
이 리뷰가 강조하는 핵심 축이다. NCAA는 학생 선수 1000회 출전당 약 6건의 부상이 발생한다고 추산하는데, 여기에 정신건강 요인이 얼마나 관여하는지를 다룬 연구들은 다음과 같다.
| 연구 | 대상 | 핵심 결과 |
|---|---|---|
| Li 등, 2017 (Am J Sports Med) | 대학 운동선수 | 시즌 전 불안·우울 증상이 있으면 전체 부상의 약 75%가 이 증상과 연관됨. 시즌 전 불안은 노출 횟수·연령·인종·체질량지수·부상력·소속 대학을 보정한 후에도 부상률을 ==2.3배(95% CI 2.0~2.6)== 높임 |
| Yang 등, 2014 (Res Sports Med) | 대학 미식축구 선수 | 입학 시점 우울증이 있으면 이후 무부상 유지 가능성이 낮았고, 부상 이력을 보정한 후에도 우울증은 독립적인 부상 위험 요인이었음 |
| Johnson & Ivarsson, 2011 | 유소년 축구선수 108명(8개월 추적) | 생활 스트레스·불안·불신·비효율적 대처 등 4가지 심리 요인으로 부상 위험을 67% 정확도로 예측 |
| Timpka 등, 2017 (Br J Sports Med) | 2015 세계육상선수권 참가자 307명 | 불안을 동반한 신체 증상이 있는 선수는 대회 기간 부상 위험이 5.6배(95% CI 1.3~23) 높았음 — 표본이 작아 신뢰구간이 매우 넓다는 점에 유의해야 함 |
| Alosco 등, 2014 (Brain Inj) | NCAA 디비전1 선수 139명 | ADHD 진단을 받은 선수의 50%가 뇌진탕 경험, ADHD가 없는 선수는 14%만 뇌진탕 경험 |
스웨덴 프로축구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시즌 전체 주간 설문 연구에서도 특성 불안, 생활 스트레스, 일상적 짜증(daily hassle)이 부상의 유의한 예측 요인으로 나타났다. 심리사회적 요인과 부상을 다룬 메타분석 2편 역시 스트레스와 그에 대한 반응이 부상률과 강한 관련이 있으며, 스트레스 완화 개입을 받은 그룹에서 부상률이 더 낮았다고 보고했다.
핵심 결과 2. 부상은 다시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악순환)
| 근거 | 핵심 내용 |
|---|---|
| 호주 엘리트 선수 조사 | 부상당한 선수가 비부상 선수보다 우울·범불안장애 증상이 유의하게 높음 |
| Shuer & Dietrich, 1997 | 만성 부상 선수의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 척도(Impact of Event Scale) 점수가 자연재해 생존자와 비슷한 수준 |
| Smith & Milliner, 1994 | 회복 기간이 긴 만성 부상 선수는 일반 대학생 대조군보다 기분 상태가 저하됨 |
| Rao 등, 2015 (Sports Health) | 부상과 경기 실패 경험이 대학 선수의 자살행동 위험을 유의하게 높임 |
저자들은 이를 악순환(vicious cycle)으로 표현한다. 정신건강이 나쁘면 부상 위험이 커지고, 부상을 당하면 다시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구조여서, 이 둘을 따로 떼어놓고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 결과 3 : 정신건강 상태가 나쁘면 회복도 늦어진다
- 전방십자인대(ACL) 재건술 관련 연구: 수술 전 SF-12 설문의 정신건강·신체건강 점수와 “심리적 준비도(psychological readiness)”가 스포츠 복귀 여부를 예측했다.
- 회전근개 봉합술 관련 연구: 수술 전 심리적 디스트레스가 있던 환자는 나이·성별·파열 크기·수술 전 관절가동범위를 보정한 후에도 3개월 후 통증 점수가 더 높고 관절가동범위가 더 나빴다.
- 저자들은 정신건강과 부상의 연관성이 팔·다리 등 사지 관절뿐 아니라 척추(축성 골격계)에서도 확인된다고 정리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이론과 메커니즘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은 1980년대 후반 Williams와 Andersen이 제시한 스트레스-부상 모델(Stress-Injury Model)이다. 이 모델은 선수 개인의 성격·유전적 소인·환경 지각 같은 내적 요인과, 대처 자원·사회적 지지 같은 외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스트레스 반응의 크기를 결정하고, 이것이 부상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생리학적 차원의 설명도 몇 가지 제시된다.
- 심리적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주변 시야가 좁아진다는 이론이 있다. 위험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피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ADHD가 있는 선수는 축삭(axon)의 구조적 온전성과 협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는데, 뇌진탕이 축삭 손상과 관련된 만큼 이것이 ADHD-뇌진탕 연관성의 생리적 배경으로 제시된다.
- 불안·우울 증상은 각성 수준과 근긴장도를 변화시켜 정상적인 생리 반응과 보호 기전을 저해할 수 있고, 위험 상황에 대한 판단·의사결정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 강박장애(OCD) 성향(미신, 루틴, 반복 행동)은 어느 정도까지는 경기 중 일관성을 만들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대학 선수 269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올콘퍼런스(우수 선수) 수상자는 OCD 양성 선별율이 오히려 더 낮게 나타나, 특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수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선수들은 왜 도움을 못 받는가? 내부·외부 장벽
리뷰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도 선수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상세히 다룬다.
내부 장벽으로는 감정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 팀 동료를 통한 사회적 지지가 있어 굳이 다른 도움을 찾지 않게 되는 점, 정신건강 정보를 공유하면 코치의 시선이나 출전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꼽힌다. 주요우울장애가 흔히 “오버트레이닝”으로 오진되거나, OCD 성향이 스포츠 문화에서 당연시되는 루틴·미신 행동으로 묻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외부 장벽도 크다. 한 질적 연구에서는 낙인(stigma)이 엘리트 선수의 치료 접근을 막는 가장 큰 단일 요인으로 꼽혔다. 152명의 스포츠 지원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섭식장애가 있는 여성 선수가 우울증이 있는 선수보다 “소통하기 어렵다”, “관심을 끌기 위해 병을 이용한다”, “본인 책임이 크다”,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유의하게 더 많이 받았다. 시스템 차원에서도 2016년 기준 NCAA 프로그램 중 정신건강 선별을 위한 공식 서면 계획을 갖춘 곳은 39%에 불과했고, 섭식장애(44%)·우울증(32%)·불안(37%) 선별 절차를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선수·부모·지도자에게 주는 3가지 실질적 메시지
1. 시즌 전 심리 상태 점검을 부상 예방 도구로 볼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시즌 전 불안·우울 증상이 이후 부상 위험을 예측하는 지표로 작용했다. 체력 검사만큼이나 심리 상태 점검도 부상 예방 전략의 일부로 고려할 만하다.
2. 부상 후 복귀 계획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 상태도 포함해야 한다
ACL 재건술, 회전근개 봉합술 사례에서 보듯, 수술 전후 심리 상태는 통증·관절가동범위·복귀 여부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 재활을 “몸이 다 나으면 끝”으로 보지 않고, 심리적 준비도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3. “오버트레이닝”이나 “징크스”처럼 보이는 행동이 정신건강 신호일 수 있다
지도자와 부모가 흔히 훈련 강박이나 미신적 루틴으로 넘기는 행동이 실제로는 우울증이나 강박장애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낙인 때문에 선수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만큼, 주변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전문적 도움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 리뷰의 한계
이 글을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 다음을 감안해야 한다.
첫째, 이 논문 자체가 체계적 문헌고찰이나 메타분석이 아니라 서술적 임상 리뷰(Level of Evidence 5)다. PubMed 단일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은 연구들을 저자들의 판단으로 선별·정리한 것이라, 어떤 연구가 포함되고 제외됐는지에 대한 체계적 기준이 메타분석만큼 엄격하지 않다.
둘째, 인용된 개별 연구 상당수가 표본 크기가 작고(수십~수백 명), 관찰연구·상관연구 위주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Timpka 등의 5.6배 부상 위험처럼 신뢰구간이 매우 넓은(1.3~23) 결과도 포함돼 있어, 수치 자체를 정밀한 값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방향성 참고 자료로 봐야 한다.
셋째, 인용 연구 중 일부는 1994~2000년대 초반에 발표된 것으로, 현재의 선수 환경·정신건강 인식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넷째, 종목·연령대·경쟁 수준이 서로 다른 연구들(수영, 축구, 미식축구, 체조, 육상 등)을 하나로 종합한 것이어서, 특정 종목이나 연령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리뷰의 의의는 분명하다. 정신건강과 부상의 관계를 “부상이 마음을 해친다”는 한쪽 방향이 아니라, 정신건강이 부상 위험 자체를 높인다는 반대 방향의 근거까지 함께 정리했다는 점에서, 선수 관리에 있어 몸과 마음을 분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구체적 연구들로 뒷받침한다.
참고 문헌: Rogers DL, Tanaka MJ, Cosgarea AJ, Ginsburg RD, Dreher GM. How Mental Health Affects Injury Risk and Outcomes in Athletes. Sports Health. 2024;16(2):222-229. https://doi.org/10.1177/19417381231179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