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십자인대(ACL, Anterior Cruciate Ligament) 파열 후 ACL 재건 수술을 받고 나면 의료진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사지대칭지수(LSI, Limb Symmetry Index) 90% 이상 나오면 복귀해도 됩니다.” 선수들은 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몇 달을 훈련하고, 물리치료사와 트레이너는 이 숫자를 기준으로 복귀 판정을 내린다. 그런데 2025년 영국스포츠의학저널(BJSM,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최신 연구는 이 관행에 정면으로 의문을 던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LSI 90%를 통과했다고 해서 안전한 복귀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 ACL 재부상률은 여전히 심각하다
ACL 재건 수술 후 스포츠에 복귀한 선수들의 재부상률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특히 25세 미만에서는 두 번째 ACL 손상 발생률이 23~35%에 달한다. 쉽게 말해, 수술하고 복귀한 젊은 선수 3명 중 1명은 또다시 인대를 다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높은 재부상률을 줄이기 위해 임상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LSI를 복귀 기준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 기준이 실제로 유효한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University of Gothenburg) 연구팀이 이 공백을 직접 파고들었다.
연구 개요 : 어떻게 진행됐나
이 연구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운영 중인 재활 등록 데이터베이스인 Project ACL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관찰 코호트 연구(Observational Cohort Study)다. 2025년 BJSM에 게재됐으며, 제1저자는 Rebecca Simonsson이다.
연구 대상 : ACL 재건 수술을 받은 15~30세 선수 233명 (여성 51.1%)
포함 기준
- 부상 전 테그너 활동 척도(Tegner Activity Scale) 6점 이상 (피벗 스포츠 참여 수준)
- 스포츠 복귀 시점에 전체 근기능 테스트 배터리 수행
- 복귀 후 2년간 추적 또는 그 이내에 두 번째 ACL 손상 발생
안전한 복귀의 정의 : 스포츠 복귀 후 2년 이내에 두 번째 ACL 손상이 없는 것
측정 항목 : 어떤 테스트를 사용했나
연구에서 사용한 근기능 테스트 배터리(Muscle Function Test Battery)는 총 5가지로 구성됐다.
| 테스트 항목 | 측정 내용 | 단위 |
|---|---|---|
| 무릎 폄근(Knee Extensor) 근력 | 넙다리네갈래근(Quadriceps) 등속성 수축력 | Nm (뉴턴미터) |
| 무릎 굽힘근(Knee Flexor) 근력 | 뒤넙다리근(Hamstrings) 등속성 수축력 | Nm |
| 수직 점프(Vertical Hop) | 체공 시간 → 높이 환산 | cm |
| 거리 점프(Hop for Distance) | 단하지 최대 도약 거리 | cm |
| 30초 사이드 홉(30s Side Hop) | 30초간 두 선 사이를 뛰어넘는 횟수 | 회 |
근력 측정은 바이오덱스(Biodex System 4) 등속성 근력 측정기(Isokinetic Dynamometer)를 이용해 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0~90도 범위로 구심성(Concentric) 수축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속도는 초당 90도로 설정됐다.
연구의 핵심 질문 5가지
연구팀은 LSI를 다음 다섯 가지 방식으로 분석해 ‘안전한 복귀’와의 연관성을 검토했다.
- 안전한 복귀를 가장 잘 구분하는 최적 LSI 컷오프 탐색
- 기존에 사용되던 LSI 컷오프(80~90%) 유효성 재검증
- LSI 1% 증가가 안전한 복귀 확률에 미치는 영향
- 100% 대칭에서의 편차를 기준으로 한 최적 컷오프 탐색
- 대칭 편차 1% 증가가 안전한 복귀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 LSI는 안전한 복귀를 판별하지 못했다
결과 1. 최적 컷오프를 찾아도 판별력이 없었다
연구팀이 ROC 분석(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Analysis)으로 각 테스트별 안전한 복귀를 가장 잘 구분하는 컷오프를 계산했더니, 아래와 같은 값이 나왔다.
| 테스트 | 최적 LSI 컷오프 | 유든 J (Youden J) | 모델 AUC | p값 |
|---|---|---|---|---|
| 뒤넙다리근(Hamstrings) | 98.2% | 0.13 | 0.52 | 0.84 |
| 넙다리네갈래근(Quadriceps) | 97.6% | 0.24 | 0.59 | 0.18 |
| 수직 점프(Vertical Hop) | 84.6% | 0.19 | 0.59 | 0.04 |
| 거리 점프(Hop for Distance) | 97.1% | 0.21 | 0.59 | 0.11 |
| 30초 사이드 홉(30s Side Hop) | 87.8% | 0.09 | 0.52 | 0.77 |
유든 J는 0에 가까울수록 랜덤 수준과 같고, 1에 가까울수록 두 집단을 완벽히 구분함을 의미한다. AUC는 0.5=판별력 없음, 0.7 이상부터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
수직 점프만 통계적 유의성이 나왔지만(p=0.04), 유든 J가 0.19에 불과해 실질적인 판별 능력은 없다고 판단된다. 나머지 4개 테스트는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결과 2. LSI 80%, 85% 통과자가 오히려 재부상 위험이 높게 나왔다
이 부분이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 LSI 컷오프 | 통과 여부 | 안전한 복귀 비율 | OR (오즈비) | 95% CI | p값 |
|---|---|---|---|---|---|
| 80% | 미통과 (n=69) | 92.8% | 기준 | — | — |
| 80% | 통과 (n=164) | 80.5% | 0.32 | 0.12~0.87 | 0.025 |
| 85% | 미통과 (n=106) | 90.6% | 기준 | — | — |
| 85% | 통과 (n=127) | 78.7% | 0.39 | 0.18~0.84 | 0.016 |
| 90% | 미통과 (n=158) | 86.1% | 기준 | — | — |
| 90% | 통과 (n=75) | 80.0% | 0.65 | 0.31~1.33 | 0.24 |
80% LSI를 통과한 선수들은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보다 안전한 복귀 오즈비(Odds Ratio)가 0.32배 낮았다. 85% LSI도 마찬가지로 0.39배였다. 즉, LSI를 ‘통과’한 그룹이 오히려 재부상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물론 AUC가 낮아 예측 정확도 자체는 낮고, 연구팀도 이를 임상적 관련성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적어도 “LSI를 통과하면 더 안전하다”는 기존 전제가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결과 3. LSI 1% 증가는 안전한 복귀에 영향 없었다
각 테스트에서 LSI가 1% 씩 올라갈 때마다 안전한 복귀 확률이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수직 점프에서만 통계적 유의성이 나왔지만(p=0.04), AUC는 여전히 빈약했고, 나머지 4개 테스트에서는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결과 4. 100% 대칭에서의 편차도 판별력 없었다
“양쪽 다리가 완전히 대칭(LSI=100%)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는 임상적 가정을 검증하기 위해, LSI가 100%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편차)를 기준으로 추가 분석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떤 테스트도 허용 수준의 판별력(AUC ≥0.7)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팀은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ACL 재건 후 복귀 시기도 재부상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안전하게 복귀한 선수들의 평균 복귀 시점은 14.6개월이었고, 재부상을 당한 선수들은 12.0개월로 더 일찍 복귀했다.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p=0.07), 생물학적 치유 과정의 시간적 중요성을 시사한다.
둘째, LSI는 단 한 번의 스냅샷이다. 특정 시점의 근기능을 측정한 수치가 실제 경기 상황의 복잡성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보장할 수 없다. 스포츠 현장에는 LSI로 측정되지 않는 인지적 부하, 피로, 예측 불가능한 충돌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셋째, 비손상 측 다리도 변화한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ACL 재건 후 재활 과정에서 손상 측은 회복되지만 비손상 측의 근력이 오히려 감소하거나 반대로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LSI는 실제 회복 수준을 과대평가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넷째, 최대 토크(Peak Torque) 측정의 한계. 이 연구에서 사용한 등속성 근력 검사는 최대 토크를 앉은 자세에서만 측정하는 방식이다. 관절 전 가동 범위(Full Range of Motion)에 걸친 토크 곡선의 결함은 LSI가 90% 이상이어도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임상 현장과 일상에서의 실질적 의미
이 연구 결과는 단순히 “ACL 재건 후 복귀 기준으로 LSI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근기능 테스트는 재활 동기 부여와 선수-임상가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 LSI는 복귀 결정을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단독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구팀이 제안하는 향후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스포츠 종목별 특이적 테스트(Sport-Specific Test) 개발
- 인지적 부하가 포함된 테스트 환경 도입 (구조화된 저인지 환경에서 벗어나 실제 경기 상황에 가까운 측정)
- 복귀 시기, 생물학적 치유 성숙도, 심리적 준비 상태를 함께 고려한 다면적 판단
- 개별 선수의 스포츠 요구 수준에 맞는 맞춤형 분석
일반인과 동호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ACL 재건은 엘리트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 농구, 스키, 배구 등 피벗 동작이 많은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 동호회 선수, 고등학생 운동선수에게도 매우 흔한 부상이다.
만약 ACL 재건 수술을 받았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연구는 다음을 시사한다.
- 물리치료사나 주치의가 “LSI 90% 나왔으니 복귀해도 돼요”라고 했을 때, 그 숫자만 믿고 바로 복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 복귀 시 충분한 시간(생물학적 치유)이 확보됐는지, 심리적으로도 준비됐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 환자 보고 결과 지표(PROM, 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를 포함한 다각도 평가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연구의 한계
이 연구도 한계가 있다. 연구팀이 직접 밝힌 주요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 복귀 시점 파악의 지연 : 테그너 척도 평가가 예약된 추적 방문 시점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 복귀 시점과 근기능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 수반 손상(Concomitant Injury) 미포함 : 반월판 연골(Meniscus)이나 연골(Cartilage) 손상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아 분석에 반영되지 못했다.
- 최대 토크 중심 측정 : 관절 전 가동 범위에서의 토크 프로파일, 신장성(Eccentric) 수축, 힘-속도 발현율(Rate of Force Development)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 단일 코호트 : 스웨덴 예테보리 단일 기관 데이터로, 다른 집단에서의 재현이 필요하다.
결론
2025년 BJSM에 발표된 이 연구는 ACL 재건 후 스포츠 복귀 기준으로 수십 년간 사용되어 온 사지대칭지수(LSI)의 한계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근력 검사와 홉 테스트에서 도출된 LSI 컷오프는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든 안전한 복귀와 재부상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었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LSI는 재활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도구로서 여전히 가치가 있지만, 복귀 허가의 단독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수와 임상가 모두 복귀 결정을 내릴 때 숫자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복귀 시기, 생물학적 회복 성숙도, 심리적 준비 상태, 종목 특이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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