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자주 삐거나 발목이 불안정한 분들, 재활 운동을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느끼시나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발목 안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긴종아리근(장비골근; peroneus longus)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발목 재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발견입니다.

긴종아리근,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신경근육 구획이란?
우리 몸의 많은 근육들은 겉보기엔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신경근육 구획(neuromuscular compartment, NMC)‘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마치 대기업이 여러 사업부로 나뉘어 각자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것처럼, 하나의 근육 안에서도 각 구획이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합니다.
긴종아리근은 종아리 바깥쪽에 위치한 근육으로, 평균 길이가 12.4cm 정도입니다. 해부학 연구에 따르면 이 근육은 중앙의 결합조직을 중심으로 4개의 구획으로 나뉘는데, 그중 표면에 위치한 앞쪽 구획(anterior compartment)과 뒤쪽 구획(posterior compartment) 두 개가 발목 움직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다채널 표면 근전도 검사
연구팀은 다채널 표면 근전도(multi-channel surface electromyography, sEMG)라는 첨단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피부 표면에 여러 개의 전극을 격자 형태로 배치해서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넓은 영역에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단일 채널 근전도나 침 근전도가 근육의 작은 부분만 측정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 기술은 근육 전체의 활동 패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실험 방법
연구 참가자들은 다음 두 가지 발목 움직임을 수행했습니다.
- 가쪽번짐(외번; eversion) : 발목을 바깥쪽으로 들어올리는 동작
- 발바닥쪽굽힘(족저굴곡; plantarflexion) : 발끝을 아래로 구부리는 동작
각 동작은 최대 수의적 등척성 수축력(MVIC)의 10%, 30%, 50%, 70% 강도로 수행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약하게부터 강하게까지 여러 단계로 힘을 주면서 근육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 것입니다.
구획마다 역할이 다르다
핵심 연구 결과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뒤쪽 구획 : 가쪽번짐의 전문가
뒤쪽 구획은 가쪽번짐 동작에서 발바닥쪽굽힘보다 훨씬 높은 근전도 신호를 보였습니다. 이는 약한 힘(10% MVIC)부터 강한 힘(70% MVIC)까지 모든 강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통계적으로도 매우 유의미한 차이였습니다(p < 0.0001).
2. 앞쪽 구획 : 다재다능한 플레이어
반면 앞쪽 구획은 가쪽번짐과 발바닥쪽굽힘 모두에서 비슷한 수준의 활동을 보였습니다. 즉, 두 동작 모두에 골고루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시각적 증거 : 질량 중심의 이동
연구팀은 근육 활동의 질량 중심(center of mass, COM)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 가쪽번짐을 할 때는 질량 중심이 뒤쪽으로 이동했습니다
- 발바닥쪽굽힘을 할 때는 질량 중심이 상대적으로 앞쪽에 머물렀습니다
- 힘을 더 세게 줄수록 이 차이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각 구획이 동작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생체역학적 설명
긴종아리근의 가쪽번짐 지렛대 팔(lever arm)은 발바닥쪽굽힘 지렛대 팔보다 2배 더 깁니다. 즉, 가쪽번짐 동작에서 더 효율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쪽번짐 동작에서는
- 앞쪽과 뒤쪽 구획이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활성화됩니다.
- 근육 전체에 걸쳐 많은 운동 단위가 참여합니다.
- 이는 긴종아리근이 이 동작의 주요 근육임을 보여줍니다.
발바닥쪽굽힘 동작에서는
- 뒤쪽 구획의 활동이 앞쪽 구획보다 낮게 나타납니다.
- 상대적으로 적은 운동 단위만 참여합니다.
- 이는 긴종아리근이 이 동작에서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상생활과 재활에 주는 시사점
발목 불안정성의 새로운 이해
만성 발목 불안정성을 가진 환자들은 가쪽번짐 근육들의 등척성, 구심성, 원심성 근력이 모두 감소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뒤쪽 구획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 구획이 가쪽번짐 동작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발목을 자주 삐는 사람들은 특히 이 부분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재활 운동 설계
| 목표 | 권장 운동 | 주요 활성화 구획 |
|---|---|---|
| 발목 안정성 강화 | 체중 부하 상태에서 가쪽번짐 운동 | 뒤쪽 구획 집중 |
| 균형 잡힌 근력 발달 | 가쪽번짐 + 발바닥쪽굽힘 복합 운동 | 앞쪽 + 뒤쪽 구획 |
| 보행 시 발 아치 유지 | 체중 부하 발바닥쪽굽힘 | 앞쪽 구획 포함 |
실생활 적용 팁
1. 발목 재활 중이라면
- 단순히 “긴종아리근 강화”가 아니라, 가쪽번짐 동작을 충분히 포함시켜야 뒤쪽 구획을 효과적으로 단련할 수 있습니다
- 앉아서 하는 운동보다는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하는 운동이 더 기능적입니다
2. 발목을 자주 삐는 분들
- 평지뿐만 아니라 경사면이나 불안정한 바닥에서 걷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 이런 환경에서 긴종아리근의 두 구획이 모두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3. 운동선수나 활동적인 사람들
- 달리기나 점프 착지 시 발 아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앞쪽 구획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발바닥쪽굽힘 근력 운동도 함께 해야 합니다
연구의 한계와 향후 방향
연구팀이 밝힌 제한점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 개인차 : 다리 길이와 근육 크기의 개인차가 전극 배치와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교차 간섭(crosstalk ): 주변의 앞정강근이나 가쪽장딴지근의 신호가 섞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약한 힘(10% MVIC)에서는 목표 근육만 선택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주변 근육들이 함께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 중앙 힘줄 : 앞쪽과 뒤쪽 구획 사이의 깊은 힘줄이 신호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전극 간격을 8mm로 설정하고(교차 간섭을 줄이기에 적절한 거리), 근육 너비가 35mm로 충분히 넓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러한 한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이 연구는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연구는
- 만성 발목 불안정성 환자들의 구획별 활성화 패턴 비교
- 다양한 재활 운동에서의 구획별 반응 분석
- 가장 효과적인 운동 프로토콜 개발
- 신경근육 전기자극 치료 시 구획별 타겟팅 전략
당신의 발목 재활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이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긴종아리근은 하나의 근육이지만, 두 개의 구획이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합니다.
- 뒤쪽 구획 : 발목을 바깥쪽으로 들어올리는 가쪽번짐의 주역
- 앞쪽 구획 : 가쪽번짐과 발바닥쪽굽힘 모두에 기여하는 다재다능한 플레이어
이제 발목 재활을 할 때 단순히 “긴종아리근을 강화하자”가 아니라, “어떤 동작으로 어느 구획을 집중적으로 단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발목을 자주 삐거나 만성 발목 불안정성이 있는 분들은 가쪽번짐 운동을 통해 뒤쪽 구획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맞춤형 재활, 이것이 바로 이 연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입니다. 발목 건강, 이제는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 Mendez-Rebolledo, G., Guzmán-Venegas, R., Valencia, O., & Watanabe, K. (2021). Contribution of the peroneus longus neuromuscular compartments to eversion and plantarflexion of the ankle. PLoS One, 16(4), e0250159.
이 글은 최신 연구 논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나,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운동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발목 부상이나 만성 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 후 재활 계획을 수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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