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요통, 왜 치료해도 낫지 않을까?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8-9명은 MRI나 X-ray에서 명확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비특이적 만성 요통(NSCLBP)’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보니 치료 효과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모든 요통 환자를 하나의 그룹으로 보고 치료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환자마다 통증을 일으키는 움직임 패턴이 전혀 다른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던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The Ratio of Lumbar to Hip Motion during the Trunk Flexion in Patients with Mechanical Chronic Low Back Pain According to O’Sullivan Classification System’이라는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허리와 고관절의 움직임 비율이 요통 환자마다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O’Sullivan 분류 시스템이란?
O’Sullivan 박사는 요통 환자를 단순히 “허리가 아픈 사람”으로 보지 않고, 움직임 패턴과 자세에 따라 세부 그룹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두 가지 주요 패턴에 주목했습니다:
1. 굽힘 패턴(Flexion Pattern, FP)
- 허리를 굽힐 때 통증이 악화되는 환자
- 골반이 뒤로 기울어진 자세(posterior pelvic tilt)를 보임
- 허리가 과도하게 둥글게 굽어지는 경향
2. 능동 신전 패턴(Active Extension Pattern, AEP)
- 허리를 굽힐 때 통증이 완화되는 환자
-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anterior pelvic tilt)를 보임
- 허리의 전만(lordosis)이 과도한 경향
3D 동작 분석으로 본 실제 움직임
연구팀은 7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 굽힘 패턴(FP) 환자 : 21명
- 능동 신전 패턴(AEP) 환자 : 31명
- 건강한 대조군 : 20명
측정 방법 : 3D 동작 분석 시스템을 사용하여 참가자들이 무릎을 펴고 최대한 허리를 숙일 때, 허리와 고관절의 각도를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특히 전체 움직임 범위를 4개 구간(Q1-Q4)으로 나누어 각 구간에서의 움직임 패턴을 비교했습니다.
핵심 연구 결과
결과 1. 서 있을 때는 차이가 없다
중립 자세에서 서 있을 때, 허리 각도와 고관절 각도 모두 건강한 사람과 요통 환자 그룹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과 2. 완전히 숙였을 때 차이가 드러난다
허리를 완전히 숙인 자세에서
- 굽힘 패턴(FP) 환자의 고관절 각도가 건강한 사람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P<0.05)
- FP 환자는 허리가 더 많이 굽어지고(후만), 골반이 더 뒤로 기울어진 자세를 나타냈습니다
결과 3. 움직임의 중간 구간(Q2)에서 보상 패턴 발견
굽힘 패턴(FP) 환자의 특징
| 움직임 구간 | 고관절 움직임 | 허리 움직임 | 허리/고관절 비율 |
|---|---|---|---|
| Q2 (중간 구간) | 증가 ↑ | 증가 ↑ | 감소 ↓ (0.41 ± 0.35) |
| Q4 (마지막 구간) | 감소 ↓ | 증가 ↑ | 증가 ↑ |
이는 FP 환자가 허리를 숙이는 동작 중 고관절과 허리가 서로 다른 보상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과 4. 허리/고관절 움직임 비율의 의미
건강한 사람은 허리를 숙일 때 허리와 고관절이 조화롭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굽힘 패턴 환자는
- 중간 구간(Q2)에서 : 고관절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허리/고관절 비율이 감소
- 마지막 구간(Q4)에서 : 고관절 움직임이 제한되고, 허리가 과도하게 움직임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신경근육계의 보상 전략
연구진은 이러한 패턴을 Sahrmann의 ‘상대적 유연성 이론(Relative Flexibility Theory)’으로 설명합니다.
굽힘 패턴 환자의 보상 메커니즘
1. 중간 구간(Q2)에서의 보상
- 허리의 안정성이 떨어져 있음
- 중추신경계가 이를 감지하고 고관절 움직임을 증가시켜 보완
- 허리의 과도한 움직임과 불안정성을 방지하려는 시도
2. 마지막 구간(Q4)에서의 보상
- 고관절 신전근(엉덩이 뒤쪽 근육)의 긴장도 증가
- 복부 근육의 과활성화로 골반이 뒤로 기울어짐
- 결과적으로 고관절 움직임이 제한되고 허리가 과도하게 움직임
왜 고관절이 제한될까?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 허리 안정화를 위한 전략 : 고관절 신전근의 긴장을 높여 천장관절인대, 흉요추근막 등 허리 주변 조직의 장력을 증가시킴
- 복부 근육의 과활성화 : 복직근과 내복사근의 과도한 활동으로 골반이 뒤로 기울어지고 고관절 굽힘이 제한됨
- 신경 조직 보호 : 좌골신경 등 고관절 뒤쪽 신경 조직의 긴장을 줄이기 위한 보호 메커니즘
당신은 어떤 패턴인가?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굽힘 패턴(FP)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 앉아서 작업할 때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악화된다
- 평소 골반이 뒤로 기울어진 자세를 유지한다
- 허리가 과도하게 둥글게 굽어진다
-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에 부담을 느낀다
능동 신전 패턴(AEP)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 서 있거나 걸을 때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악화된다
- 평소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를 유지한다
- 허리의 전만(앞으로 휜 곡선)이 과도하다
패턴별 일상생활 관리 방법
굽힘 패턴(FP) 환자를 위한 조언
- 앉는 자세 개선
- 허리를 과도하게 둥글게 만드는 자세 피하기
- 등받이가 있는 의자 사용, 허리 쿠션 활용
- 장시간 앉아 있을 때 30분마다 일어나서 허리 펴기
- 물건 들기 방법
- 무릎을 구부리고 고관절을 사용하여 물건 들기
- 허리만 숙여서 드는 동작 피하기
- 물건을 몸에 가깝게 유지하기
- 운동 원칙
- 고관절 가동성 운동 (고관절 스트레칭)
- 허리 안정화 운동 (코어 강화)
- 골반 중립 자세 훈련
능동 신전 패턴(AEP) 환자를 위한 조언
- 서 있는 자세 개선
- 과도한 허리 전만 줄이기
- 복부에 약간의 힘을 주어 골반 중립 유지
-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자세 피하기
- 운동 원칙
- 고관절 굽힘근 스트레칭
- 복부 근육 강화
- 골반 후방 기울임 운동
연구의 의의와 한계점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 개인 맞춤형 치료의 근거 제공 : 모든 요통을 똑같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환자의 움직임 패턴에 맞는 치료가 필요함을 보여줌
- 객관적 측정 : 3D 동작 분석 시스템을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움직임 차이까지 정량화
- 보상 전략의 이해 : 신체가 어떻게 통증과 불안정성을 보상하려고 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
연구의 한계점
연구진이 밝힌 제한점
- 각 하위 그룹의 참가자 수가 적음 (FP 21명, AEP 31명)
-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확인 필요
-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없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알 수 없음
당신의 허리 통증, 이제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이 연구는 만성 요통 환자를 세부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허리와 고관절의 움직임 비율을 분석하면 각 환자의 보상 전략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핵심 요약
- 요통 환자는 겉으로 보기엔 정상이지만, 움직일 때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 굽힘 패턴 환자는 중간 구간에서 고관절을 더 많이 사용하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합니다
- 이는 신경근육계가 허리의 불안정성을 보상하려는 전략입니다
- 각자의 패턴을 이해하면 일상생활에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천 가이드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 자신의 패턴 파악하기 : 어떤 동작에서 통증이 악화되는지 기록
- 바른 자세 의식하기 : 앉거나 서 있을 때 골반의 중립 위치 유지
- 전문가 상담 : 물리치료사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평가 받기
만성 요통은 단순히 “허리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정교한 신경근육 시스템이 통증과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이 연구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맞는 관리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 Seraj, M. S. M., Sarrafzadeh, J., Maroufi, N., Takamjani, I. E., Ahmadi, A., & Negahban, H. (2018). The ratio of lumbar to hip motion during the trunk flexion in patients with mechanical chronic low back pain according to o’sullivan classification system: A cross-sectional study. Archives of Bone and Joint Surgery, 6(6), 560.
면책 조항 : 이 글은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요통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